그저 음악이라는 바람을 담아
서울남산국악당 청년국악사업 낮밤콘서트 <DAY OFF> 5월 16~18일분명, 차가운 봄이었는데, 어느새 공기 속에 은근한 풀내음마저 느껴지던 5월 어느 날. 서울남산국악당의 작은 브로셔를 손에 쥐었다. ‘젊은국악 도시락(樂) 낮밤콘서트 <DAY OFF>’. 서울시와 크라운해태가 협약을 맺고 청년국악사업으로 시작됐다는 이 프로그램은 시간부터 눈에 띈다. ‘나른한 일상의 낮 12:30, 달콤한 도시의 밤 19:00’.
낮 공연이 12시가 아닌 12시 반이라니. 인근 직장인들이 커피 한 잔 들고 걸어오기에 적당한 시간을 배려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오가며 일하는 처지에 이 공연을 왜 이제야 안 것일까? 힘주어 같이 갈 사람을 찾아보고 주차할인권까지 챙기는 공연에 익숙해진 탓인지, 도심 속 한옥에서 펼쳐지는 야외 콘서트, 그것도 무료라는 점은 무척 선선하게 느껴졌다. 혼자 가도 가족끼리 가도 부담 없는 그런 공연은 참 드문 시대니까.
오래된 한옥 속의 휴식과 음악
첫 공연이 있던 16일, 풀내음을 느끼며 남산골한옥마을을 걸어가다가, 숨이 가쁠 때쯤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 다다랐다. 잔디 위에 놓인 캠핑 의자와 그늘진 툇마루가 오늘의 관객석. 한낮 뜨거운 볕을 가리는 천막 아래, 큰 기대도 부담도 없이 앉았다. 그저 산책하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잠시 앉아 쉴 겸 자리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그 솔직한 마음이 미안할 만큼 <DAY OFF>에서 맞이한 젊은 국악인들의 연희와 노래, 기악으로 차근히 차린 공연 하나하나의 매력은 대단히 강렬했다. 하루에 두 번, 참여한 여섯 팀 모두 무르익은 음악가들답게 누구 하나 그 깊이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관객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연주 사이사이 직접 전하는 말들에 진심 어린 배려가 느껴졌다. 사실이다. 첫 무대를 마주친 이후로 홀린 듯, 전날 야근에 지친 날에도 찾아가 기어코 한 곡이라도 듣고, 녹화 영상을 찾아보려는 열의를 내게서 끌어냈으니 말이다.
첫 공연의 주인공은 16일 낮에 만난 ‘버라이어티 이서’다. 이들은 사물놀이를 기반으로 위연승, 문도연, 박현기, 진승훈 네 명이 모여 ‘버라이어티한’ 연희로 종합예술을 한다. 직접 만든 낭대에 ‘이서’라고 또렷이 새겨 무대 오른쪽에 세워두고 뒤쪽 마루에는 기원을 위한 상을 차렸다. 태평소 소리 뒤로 꽹과리, 징 그리고 장구, 북이 들어서며 여기 모인 모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는 비나리와 문굿으로 첫 공연의 문을 열었다. 유난히 따가웠던 봄볕 아래 청년들의 활기는 흥건한 땀으로 빛났고 관객석에서 연신 “굿잡!” 추임새를 외치는 노신사의 열정과 같이 흥겨움을 더해갈 무렵,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마치 ‘트랜스’ 전자음악을 연상시켰던 삼도 설장구 가락이었다. 영호남, 경기, 충청의 농악이 현대적인 편곡으로 되살아나 야외 페스티벌의 디제잉처럼 반복적인 음률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작품인데 역시 그들이 직접 편곡을 했다. 국악을 넘어 ‘흥’으로 연결되는 그들만의 세계가 또렷해 더 좋았다.
그저 음악이라는 바람을 담아
분명, 차가운 봄이었는데, 어느새 공기 속에 은근한 풀내음마저 느껴지던 5월 어느 날. 서울남산국악당의 작은 브로셔를 손에 쥐었다. ‘젊은국악 도시락(樂) 낮밤콘서트 <DAY OFF>’. 서울시와 크라운해태가 협약을 맺고 청년국악사업으로 시작됐다는 이 프로그램은 시간부터 눈에 띈다. ‘나른한 일상의 낮 12:30, 달콤한 도시의 밤 19:00’.
낮 공연이 12시가 아닌 12시 반이라니. 인근 직장인들이 커피 한 잔 들고 걸어오기에 적당한 시간을 배려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오가며 일하는 처지에 이 공연을 왜 이제야 안 것일까? 힘주어 같이 갈 사람을 찾아보고 주차할인권까지 챙기는 공연에 익숙해진 탓인지, 도심 속 한옥에서 펼쳐지는 야외 콘서트, 그것도 무료라는 점은 무척 선선하게 느껴졌다. 혼자 가도 가족끼리 가도 부담 없는 그런 공연은 참 드문 시대니까.
오래된 한옥 속의 휴식과 음악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그 솔직한 마음이 미안할 만큼 <DAY OFF>에서 맞이한 젊은 국악인들의 연희와 노래, 기악으로 차근히 차린 공연 하나하나의 매력은 대단히 강렬했다. 하루에 두 번, 참여한 여섯 팀 모두 무르익은 음악가들답게 누구 하나 그 깊이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고, 관객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연주 사이사이 직접 전하는 말들에 진심 어린 배려가 느껴졌다. 사실이다. 첫 무대를 마주친 이후로 홀린 듯, 전날 야근에 지친 날에도 찾아가 기어코 한 곡이라도 듣고, 녹화 영상을 찾아보려는 열의를 내게서 끌어냈으니 말이다.
첫 공연의 주인공은 16일 낮에 만난 ‘버라이어티 이서’다. 이들은 사물놀이를 기반으로 위연승, 문도연, 박현기, 진승훈 네 명이 모여 ‘버라이어티한’ 연희로 종합예술을 한다. 직접 만든 낭대에 ‘이서’라고 또렷이 새겨 무대 오른쪽에 세워두고 뒤쪽 마루에는 기원을 위한 상을 차렸다. 태평소 소리 뒤로 꽹과리, 징 그리고 장구, 북이 들어서며 여기 모인 모두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는 비나리와 문굿으로 첫 공연의 문을 열었다. 유난히 따가웠던 봄볕 아래 청년들의 활기는 흥건한 땀으로 빛났고 관객석에서 연신 “굿잡!” 추임새를 외치는 노신사의 열정과 같이 흥겨움을 더해갈 무렵,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마치 ‘트랜스’ 전자음악을 연상시켰던 삼도 설장구 가락이었다. 영호남, 경기, 충청의 농악이 현대적인 편곡으로 되살아나 야외 페스티벌의 디제잉처럼 반복적인 음률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작품인데 역시 그들이 직접 편곡을 했다. 국악을 넘어 ‘흥’으로 연결되는 그들만의 세계가 또렷해 더 좋았다.
삶과 생각에,우리 음악의 쉼표 찍기
유난히 외국인 관객이 많았던 이날 저녁 공연은 김무빈의 카랑카랑한 서도소리와 더블베이스, 기타가 어우러졌다.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곡 <싸름>부터 당연하게도 재즈 라이브가 연상되었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금발 소년이 무대 앞까지 신나게 걸어가 언어가 필요 없는 음악의 감동을 천진한 미소로 답해줬다. 일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렀던 <섬집 아기>의 여운은 지금껏 그가 KBS국악대상 수상자라는 사실보다 더 진하게 남아있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 <Room>을 발표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박지현의 밤 공연은 청아한 25현 가야금 소리로 다른 공연과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요즘 국악과 크로스오버 팬들이라면 보다 친숙할 다른 캐릭터가 있는데, 2017년 결성한 가야금 트리오 ‘헤이스트링(Hey string)’과 2020년도 결성한 가야금·거문고 듀오 ‘리마이더스(ReMidas)’의 일원이라는 것. 차분히 자신의 솔로곡 <Room>으로 시작해, 이번 낮밤 콘서트 <DAY OFF>를 위해 작곡한 <Day off>로 막을 내렸다. 지금 바로 이 시간이 데이 오프(휴식)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박지현의 소박한 바람은 긴 시간 단련된 음악가가 연주를 대하는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바쁜 삶에 우리 음악이 주는
쉼의 책갈피를
과연 그들이 이 공연을 관람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그 몇 마디를 적으며 머릿속으로나마 여유를 느끼고 충분히 좋았을 것이다. <DAY OFF>를 통해 나는 국악은 전통이기 전에 음악이란 것과 공연은 바쁜 삶에 휴식과 위로를 전하는 가장 꽉 찬 예술이란 것 그리고 이 모두가 가진 그 순수한 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한다. 물론이다. 새로운 시즌이 기대된다. 시원한 바람 앞에 무릎 담요 하나로 충분한 계절에 돌아오기를 바라며, 이 원고를 쓰는 내내 휴대전화에 담아온 영상을 돌려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