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인 채상묵 명인이 출연하여 근‧현대 무용사의 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명인이 스승으로 만난 최선, 이매방, 강선영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와 1970년대 국립무용단에 재직하던 모습, 그리고 안무가로 다양하게 활동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명인이 보유한 자세한 기록들을 볼 수 있어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했다. 이날 제자인 안덕기가 한량무를, 이소정이 살풀이춤을 추었고, 마지막으로 채상묵 명인이 승무를 추어 대미를 장식했다. 절제와 함께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춤선이 일품이었는데, 남성 무용수로서 어려운 길을 걸어온 그의 삶과 흔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기억과 가치가 공존하는 공연으로
<일소당 음악회>의 예술감독을 맡은 송현민은 기획자로서 전통예술사(史) 속 중요한 인물들의 예술과 삶을 부각하고, 사회자로서 재치 있고 매끄러운 진행으로 유쾌하고 따뜻한 공연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가 지나온 길이,
‘우리’가 지켜야 할 예술의 역사였다
김경배·유지숙·지성자·채상묵 편
과거 서울의 중심지였던 종로는 전통예술의 역사가 만들어지던 현장이었다. 한국전쟁 후 종로에 자리 잡은 국립국악원은 국악사양성소를 개소하여 후학들을 양성하고 공연을 연행했다. 일소당은 이곳의 부속 건물로 공연과 교육이 이뤄지던 역사적인 건물이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기획한 <일소당 음악회>는 이러한 역사와 정신을 잇는 콘텐츠로, 전통예술의 명인들을 초청하여 이들의 삶과 예술을 실연과 이야기로 나누는 토크 콘서트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아 2024년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김경배(가곡), 유지숙(서도소리), 지성자(가야금‧병창), 채상묵(춤) 명인들이 초청되었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무대와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했다.
김경배 편
-자음과 모음이 흘러 빚은 노래
이야기 사이에 명인은 반우반계 편락 ‘나무도’, 계면조 편수대엽 ‘진국명산’, 남창지름시조 ‘바람도 쉬여를 넘고’ 등 힘차고 경쾌한 곡조를 불렀는데, 다양한 국악기와 노래가 어우러져 품위 있고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다만, 마이크를 사용하여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자연음향을 그대로 느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지숙 편
-북녘의 언어가 노래가 될 때
유지숙은 관산융마, 수심가, 늴리리 타령, 풍구 타령과 같은 대표적인 서도 민요를 피리와 장구 반주와 함께 불렀다. 단촐한 반주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자연음향이 잘 어우러져 명인의 다양하고 섬세한 시김새와 가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펼쳐진 ‘서도 축원’은 유지숙 명인이 황해도 지역의 굿소리를 다시 엮은 것으로 징과 바라가 더해져 연주되었는데, 관객과 출연진이 모두 하나 되는 신명나는 축제의 장이었다.
지성자 편
-외국에 뿌리내린, 우리 음악의 시간
대담 사이에 명인은 일본에서 연주하였던 ‘아리랑 이야기’, ‘춤추는 태평가’, ‘한 많은 오백년’ 등 민요 기반의 창작곡과 가야금 병창으로 ‘사철가’와 ‘신뱃노래’를 들려주면서 뿌리 깊은 전통에 기인한 기예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특히 제자들과 함께한 가야금병창에선 명인의 기예가 더욱 빛났는데, 세월을 초월한 듯한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채상묵 편
-움직임과 여백의 디자이너
기억과 가치가 공존하는 공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