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따뜻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배우들은 강아지 탈을 쓰고, 똥 탈을 쓰고, 낙엽 탈을 쓰고, 흙덩이 탈을 쓰고, 쥐와 닭, 병아리 탈을 쓰고 있다. 누가 봐도 탈을 쓴 사람이지만, 배우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진정 강아지가 되어, 흙이 되어, 낙엽이 되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존재를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노래한다. 마치 극단의 이름처럼 관객을 ‘모시고’ 공연한다. 그래서 따뜻한 동화책 <강아지똥>은 무대에서 살아 꿈틀대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똥벼락>이나 <아하! 강아지똥>은 전통예술계에도 은근한 자극을 주면서, 분명한 공동체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작품에 담긴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레 어린이 관객들에게 스미게 되어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으리라고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서울남산국악당 마당 한편에는 흰둥이의 ‘강아지똥’과, 땅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똥벼락’의 냄새가 가득하니, 그 똥이 거름 되어 이젠 사람들의 마음 밭에 민들레꽃 한 송이가 예쁘게 피기를 기원해 본다.
‘똥’이 준 지혜, ‘똥’이 피운 꽃
똥은 더럽고, 냄새가 심하고, 모두가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싫어해서 감추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남산자락 서울남산국악당에 강아지똥 냄새가 나더니 순간, 똥벼락이 우두두두둑 우박처럼 쏟아진다. 바로 ‘국악가족극’ 시리즈로, 극단 ‘민들레’의 <똥벼락>,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아하! 강아지똥>을 무대에 올렸다.
이 시리즈에 초대된 두 극단과 작품은 이름도, 작품도, 여러 해 동안 전통예술과 연극, 좋은 이야기에 천착하며 관객을 ‘모셔 온’, ‘민들레’와도 같은 존재들이다.
<똥벼락>
_ 우리는 ‘똥’으로부터 삶을 배운다
공연 내내 땅과 똥, 밭농사, 논농사를 짓는 농부의 농사일이 관객에게 진실되게 전달된다. 품앗이, 아니 자원봉사로 나선 관객들은 무대에 펼쳐진 옥토의 논에 들어가 함께 모내기하고 폭풍우에 쓰러진 논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처음으로 논에 들어갔을 때 발을 간지럽히며 부드럽게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던 논 속 진흙의 느낌이 생각났고, 무대에 올라 모내기하는 아이들에게도 무대 위에서의 경험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길 바랐다.
창작연희극 <똥벼락>은 타악기 연주자와 연희 전문 배우 2명으로 민요와 탈춤의 몸짓, 농사짓는 일, 입담과 연기를 풍성하게 풀어 놓는다. 공연을 보러온 어린이 관객들은 어느새 우리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통해 농사를 체험하고, 우리 몸짓과 소리를 가까이하게 되고, 찐모‧모내기‧천수답‧용두레‧쇠죽‧품앗이‧피 같은 농촌의 말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공연 종반에는 어른들이며 아이들이 함께 “똥이야, 똥이야, 똥벼락이 내린다”를 불렀다. 관객들은 전통풍의 노래를 부르며 남몰래 감춰뒀던 나만의 똥을 꺼내 세상의 거름으로 만드는 상상을 하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하! 강아지똥>
_ 꽃을 피운, 똥의 아름다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