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지 않은 무대는 남선 고을이 되었다가 오동국이 되었고, 노일 제대가 남선비를 꾀어 살림을 차린 집도 되었다가 여산부인이 익사할 뻔한 못도 되었다. 소리꾼들은 남선비와 여산부인의 아들들이었다가 오동국의 아이들이었고, 때마다 조금씩 다른 움직임으로 별다른 장치 없이 이야기의 장면들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중간에 삽입된 제주도 심방의 무가는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온 이야기인지를 다시 한번 훌륭하게 환기했고 그래서 이야기는 더욱 특별해졌다.
놀애박스의 대표인 소리꾼 박인혜는 “‘전승‘되고 ’보존’되는 판소리보다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판소리에 더 관심이 많은 창작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이 작품의 시작에 창작자의 어떤 고민이 있었을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기를 바랐을지 상상해 보았다. 공연을 보기 전, 전통음악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게 ‘판소리 합창’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서는 무엇을 기대하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판소리’ 라는 말 역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판소리를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본래 판소리가 아니었던 이야기를 판소리의 방식으로 전하는 창작공연들을 보면서 이미 몇 차례나 감동을 받았었다. 그 때마다 판소리에 관한 나의 제한적 상상력을 되돌아 반성했었다. 그리고, 오늘 공연을 보고 나오며 또 같은 반성을 했다. 판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은 이미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나는 왜 판소리를 고정된 장르로만 여기는 낡은 생각을 쉽게 놓아 보내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이런 발랄한 시도들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판소리를 활용한 어떤 시도도 당혹감 없이 그저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판소리와굿,가족이야기가사는집으로
놀애박스를열어보고자,서울남산국악당으로
때 이른 더위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달래는 흙 마당과 나무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산골한옥마을 내 서울남산국악당 주변을 잠시 걸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보게 될 공연에 대해 생각했다. 그룹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이하 놀애박스)의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 팀의 이름도 극의 이름도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애박스(대표 박인혜)라는 팀 이름도, ‘오버더떼창’ 이라는 공연 수식어도,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는데 희한하게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어와 한국어가 낯설게 섞여 있지만 어색하지 않았고, 내가 한국어나 영어라고 추측한 것이 실은 아주 다른 의미의 다른 언어였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아시리라 믿어요”와 “모르셔도 괜찮아요” 사이 어디쯤에서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 퀴즈를 내고 있는 것 같은 이 팀의 소통방식이 재치 있고 익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게다가 ‘판소리 합창’이라니. 보통은 나란히 놓이지 않는 두 단어가 가지런히 기대 있는 모습에 한층 더 호기심이 일었다.
독특한연출로무대를채우며
무대에 이른 소리꾼들은 관객들에 정식으로 인사를 하더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는 너덧 사람이 여유 있게 오를 수 있을 듯 보이는 평상이 하나 있었고, 그보다 조금 뒤편에는 좌우로 하나씩 벤치 모양의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장면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소리꾼은 평상 앞에 서거나 평상 위에 올라 소리를 했고, 함께 장면을 만들어 내는 다른 소리꾼들은 이 소리꾼을 중심으로 여러 다른 대형으로 모이거나, 흩어져서 이야기와 소리를 보탰다.
‘신’의내력을,‘신’선하고,‘신’나게풀다
인물들의 자기소개 방식도 재미있었다. 등장인물보다 적은 수의 공연자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한 배우가 여러 역을 연기하거나 해설자와 인물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놀애박스의 그것에는 어딘가 독특한 유머가 있었다. 스스로를 남선비로, 여산부인으로, 전상아재로, 노일제대로 소개할 때 각각의 인물이 보인 태도가 그랬다. 관객에게 이 인물을 분명 처음 소개하는 것인데도, ‘아니 내가 누구인 줄 아직 모르셨단 말이오,’ 하는 능청스러움. 그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박인혜만의남다른판소리활용법
놀애박스의 대표인 소리꾼 박인혜는 “‘전승‘되고 ’보존’되는 판소리보다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판소리에 더 관심이 많은 창작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이 작품의 시작에 창작자의 어떤 고민이 있었을지,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기를 바랐을지 상상해 보았다. 공연을 보기 전, 전통음악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게 ‘판소리 합창’은 수수께끼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고 나서는 무엇을 기대하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판소리’ 라는 말 역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판소리를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본래 판소리가 아니었던 이야기를 판소리의 방식으로 전하는 창작공연들을 보면서 이미 몇 차례나 감동을 받았었다. 그 때마다 판소리에 관한 나의 제한적 상상력을 되돌아 반성했었다. 그리고, 오늘 공연을 보고 나오며 또 같은 반성을 했다. 판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은 이미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나는 왜 판소리를 고정된 장르로만 여기는 낡은 생각을 쉽게 놓아 보내지 못하는 걸까. 앞으로 이런 발랄한 시도들을 더욱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판소리를 활용한 어떤 시도도 당혹감 없이 그저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